그는 사거리에 서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아직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해 바람이 차갑다.
출 퇴근의 차량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나도 차량의 행렬 중에 하나이다.
무심히 창밖으로 그를 본다.
어깨띠를 두른 그가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차량에 대고 절을 한다.
푸른 잠바에 걸쳐진 어깨띠에 그의 이름 석 자가 크게 보인다.
그의 가족의 가슴에도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민의 정이 간다.
빨간 신호등이 아니라서 멈추어 볼 수가 없다.
너도나도 그냥 지나친다.
그는 거리에 서서 무엇을 말 하는가.
연신 차량을 향해 절을 한다.
날씨도 찬 데...
얼마나 오래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의 목적은 무엇인가?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교육감...
차를 타고 바라보는 그가 애처롭다.
미소 띤 그는 자못 엄숙하다.
행인들의 눈길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차림과 표정은 웃음 띤 얼굴이나 처절한 경쟁이다 차라리 전쟁이다.
그가 무참해지는 것은, 행인들이 알 바 없다는 듯 무심하게 지나치는 데 있다.
그도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거리의 움직임에 익숙해 있다.
다만 마음으로 읽고 있다.
행인들이 흘끔흘끔 한 번이라도 쳐다보지 않고 지나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어떻게 대중들의 관심을 끌 것인가?
그의 옷차림과 행동, 그리고 표정들은 지역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고뇌의 연출이다.
그런데도 거리의 행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본다.
이것은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 주거문화와 남의 일에 관심 없는 철저한 자기중심 사회구조
이제 그런 행동과 행위는 낡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인가?
그는 알고 있을까.
그는 태연한 척 하지만,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무관심의 대상일 뿐인가?
그는 분명 말하고 있다.
분명 시위가 아니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역사랑, 시민봉사, 국가발전, 삶의 질 향상...
표현법도 유권자와는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관심 밖으로 밀려나간 게 아닐까.
마치 그는 벌을 서고 있는 듯 보인다.
고심에 찬 행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게 그를 못 견디게 한다.
행인들의 눈은 절대로 어리숙하지 않다.
진정과 진실은 하루아침에 표현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어떤 자극과 호기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퍼포먼스를 이대로 계속할 셈인가.
군중심리를 너무나 모르는 듯하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차량대열이 줄어들면 곧 돌아가겠지만...
반응 없는 행위는 무모하고 부질없는 짓에 불과하다.
그의 표현은 난해하다.
명료하지 못하다.
소외당하고 버림받고 있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오늘도 비장하다.
찬 날씨에 얼마나 오래도록 견딜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이 없는 일인 데도 자신과 싸우고 있지는 않은가.
그는 그리고 나는 지금 무얼 말하고 있는가?